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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e展 -비순수의 시대에서 성찰하는 순수의 미감-

“비순수의 시대에서 성찰하는 순수의 미감”

“유리섬 맥아트미술관 pure展”

김성호(미술평론)

●참여작가: 김수연. 노열. 서명수. 장민호. 정길영. 준 지케이. 편종필

●전시기간:2023.09.05~12.03

비순수의 시대에서 성찰하는 순수의 미감

김성호(Sung-Ho KIM, 미술평론가)

I. 비순수의 시대에서

맥아트 미술관(Mac art museum)의 기획전인 《Pure》전이 표방하는 주제어 ‘퓨어(pure)’는 “다른 것이 섞이지 않음, 오염되지 않음, 순전함”을 전제한 순수한 상태를 지칭한다. 그것은 이질성 자체가 없는 동질성 자체의 순수성(purity)을 지향한다. 그런 만큼 순수미술(pure art or fine arts)의 반대 지형에서 응용미술(applied art)로 대별되어 온 공예를 통해 순수함을 탐구하는 이번 기획전은 하나의 역설이다. 공예적 속성의 예술이 태생적으로 실제적 효용성과 기능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순수함과는 거리를 둔 예술로 평가받아 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공예가 순수를 이야기하고 그 미학을 탐구하는 이번 전시는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가? 비순수의 장에서 순수의 미학을 찾고자 함인가?

이러한 질문 앞에서 우리가 유념할 것은, 오늘날 공예나 디자인은 순수를 내세웠던 파인아트 혹은 퓨어 아트의 영역으로 넘어온 지 오래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공예가 순수를 이야기하는 것에 하등 문제 될 것이 없다.

그런데 여기에는 또 하나 검토되어야 할 사항이 있다. 근대까지 논의되었던 순수미술의 위상은 오늘날 현대미술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라! 오늘날 다원주의 미술의 세계에서는 장르의 벽을 허물고 서로를 넘나드는 이종 혼성의 혼혈이 된 지 오래되지 않았던가? 현대미술은 그간 음악, 무용, 문학과 결혼하는 것은 물론이고, 건축, 생물학, 과학과 연애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무한히 확정해 왔다. 오늘날 다원주의 미술의 세계에는 이질성으로부터 오염되지 않은 단일 혈통은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시장의 논리가 미학의 세계에 잠입하는 현대미술의 장에서 순수와 응용은 구분은 더 이상 무의미해진 시대가 되었다. 엄밀히 말해, 다원주의 미술의 시대인 오늘날 순수미술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비순수가 가득한 세상에서 순수를 지향하는 예술적 활동이 있을 따름이다.

기획전인 《Pure》는 이러한 지점에서 비순수 다원주의 미술의 장에서 공예적 속성의 뿌리를 지닌 현대미술을 통해서 순수의 미학을 성찰한다. 비순수의 시대에서 순수를 성찰하는 기획전 《Pure》은 출품작들의 다양한 조형 언어가 우리에게 어떠한 메시지를 전하는지 유심히 살펴보도록 이끈다.